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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의 그릇 - 자기반성을 위한 명쾌한 해설서
    Book 2022. 2. 2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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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김원 님의 '사주 경영학'이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세 번째 회사를 2년 정도 다니다가 퇴사를 한 직후였다.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와 경험에 나름대로 전문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고 그 사이에 나는 오퍼가 들어오는 대로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에 응하기를 반복했다. 예상과는 달리 공백은 6개월 이상 길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얼마 후 팬데믹으로 변하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불안함과 조급함은 나를 덮쳤고 막상 오퍼를 받아보아도 업무, 연봉, 조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아 의욕과 자존감이 낮아진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대면 인터뷰에 응하느라 심신은 지치고 고달팠다.

    그 시기에 우연히 접한 저자의 커리어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현재 글로벌 제조업체 한국지사 상무로 재직 중인 저자는 30대 중반에 이미 직장을 여섯 번이나 옮겼던 자신의 운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명리학을 접했다.

    자신이 방황하는 원인을 알고 미래를 준비하려던 저자의 입문 계기가 무척 흥미로웠던 동시에 어쩌면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낯선 위치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 책은 저자 김원 님의 세 번째 저서로 비즈니스계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상위 1%의 자산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임원진들의 명리 상담을 통해 얻은 '운 그릇을 키우고 지키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담 사례들은 내가 겪은 일들과도 비슷한 경우가 많아 자기반성과 통찰에 대한 저자의 관점에 무척 공감했다.

     

    운運의 한자는 운동의 운 자와 같다. 움직인다는 뜻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타고난 DNA는 결코 변할 수 없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운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체질, 성격, 기호 등을 기본적으로 갖게 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타고난 큰 그림을 변화시키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저자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의지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희망적인 점은 21세기와 같이 기술이 급변하고 과거의 경험과 권위만으로 성공을 지속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미시적 선택으로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성공 방정식이 자주 폐기되기 때문이다. 타고난 운대로 70퍼센트의 거시적 요인에 지배받고 살기보다 30퍼센트의 미시적 요인, 변화 가능한 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31)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퇴사하기 전 나는 회사에서 나름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무척 힘들었다. 업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며 나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들에 처참한 기분을 느낄 때가 상당히 많았다.

    그때 나는 커리어 컨설팅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지불해 가며 상담을 받기도 했고 유명하다는 타로 상담가나 철학원을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나의 의지와 향후 방향성을 타인에게 대부분 의존하고 있었다. 가이드에 따른 노력은 거의 하지 않은 채.

    명리학 고수에게 운명을 분석 받든, 일류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받든, 인생의 큰 선택과 결정 앞에서는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선택과 결정을 내릴 때는 타인의 이야기를 열린 귀로 듣고 강한 의지로 실천하지 않으면 약을 처방받아놓고도 먹지 않는 환자와 같다.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p34)

    묵묵하게 생로병사의 단계에 따라 환경에 기여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크게 반성하며 공감했던 또 한 가지는 '때'에 관한 것이다. 과거 직장 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 나의 단점은 '언제나 나는 중요한 일을 했으면 한다'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와 누가 보아도 화려한 일에 눈을 돌렸다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때'가 아닌 시기를 견디지 못하는 성격에 있었다.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 '때'를 기다리며 묵묵하게 내실을 다지는 지난한 시기를 견디기 보다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니 내 성에 차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끝없는 터널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가을에 씨 뿌리면 벼가 자라지 않는 것처럼, 비바람이 오면 고기잡이를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때'를 얻지 못하면 모든 일은 노력만으로 이루기 어렵다. 어려움은 할 수 있는 것을 차근차근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면 다가올 좋은 운이 증폭되고, 어려운 시기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운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p36)

    봄에 태어난 나무는 꽃을 피우는 것이 본분이고, 가을에 태어난 나무는 자르고 다듬어 대들보로 사용된다. 대자연의 입장에서는 사람도 사회에, 궁극적으로는 대자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사는 것을 기대한다. (p71)

     

    나를 세상의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 문제

    누구나 이왕 태어난 인생,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살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단순한 업무가 아닌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는 착각과 허세 가득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늘 내가 어디에 있는지 초조하게 확인해야 했고 타인의 피드백에 예민해져 있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관점은 모든 가치 판단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 맞춰 내리게 만든다. 원래 내가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확인을 위해 끝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게 된다. (p66)

    만일 세상이 수조 개가 넘는 조각의 조직으로 구성된다면 사실 조직 하나의 흥망성쇠는 명리학 관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먼지 티끌과도 같은 존재이며, 그 티끌 같은 존재들이 모여 자연을 이룰 뿐이다. (p68)

    변화 속에서 스스로 기여해야 기회를 얻는다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직의 변화에 따라 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껴 봤을 것이다. 성장과 쇠퇴에 따라 내가 맡은 역할의 파이도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내 모습을 곱씹어 보니 나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노력이 무척 부족했다.

    이직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 중심의 관점이 아닌 나를 고용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 내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기여할 수 있는바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천지의 오행은 쉬지 않고 변화하며 어느 순간도 게을리 머물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 변화 속에서 스스로 기여해야 전체 환경 시스템에서 원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p69)

     

    나의 특징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장소와 시간에 나를 위치시킬 것

    해외 고객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실패하는 원인으로는 실력, 기술뿐 아니라 다수의 공급망 간에 얽힌 네트워크와 그들의 이해관계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이를 분석할 때,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상호 작용을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담당자인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변수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이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다'와 '상대방이 제시한 더 나은 점 때문에 그들을 택했다'와는 무척 다른 이야기이다.

    좋은 운을 얻는 것은 나의 특징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장소와 시간에 나를 위치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편적으로 주변만 봐서는 안 된다. 가급적 넓은 네트워크 관점에서 자신을 보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될지 파악해야 다가올 상황이 좋은 기회인지 아니면 피해야 할 카드인지 판단할 수 있다. (p128)

     

    이 책은 명리학의 원리나 단순히 운을 좋게 만드는 법에 대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과거의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해 주고 보기 싫어 덮어 두었던 과오를 다시 한번 복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나의 깊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서 있는 위치는 그저 세상의 수천 조각 중 하나 임을 깨닫는 것. 그게 운의 그릇을 닦는 시작이라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새로운 스토리가 생길 때까지 기다릴 줄 알고 무던하게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운이 들어오는 길을 넓히는 방법이며, 성공한 모든 사람들의 비결이라 우리에게 공유해 준다.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에 의구심이 들거나 지금의 삶에 지쳐 있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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