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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매일 차를 마신다면>, 항상심 유지하는 법
    Book 2022. 3. 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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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空)의 사상을 표현하는 선(禪)을 서양에서는 meditation이라 번역한다고 한다. 선(禪)은 일본식 발음으로 Zen(젠)이라 부르는데, 나는 몇 년 전 요가를 처음 배웠을 때 이 Zen을 알게 되었다.



    요가를 접하게 된 계기는 직장 생활을 하며 굳어진 몸과 마음에 잠시나마 여유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항상심 유지하는 법을 일깨워 주고 싶기도 했다.

    나는 커피를 무척 즐겼다. 해외 출장 중에도 공항이나 호텔, 거래처 사무실에 들르면 무조건 커피를 마셨고, 국내에서도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 나는 여러 가지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 대신 차를 마셔보기로 했다.

    다원 선생님께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여쭤본 적이 있어요. 선생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작년보다 더 맛있는 차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소하고,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목표입니다.
    P.15

    &copy; mirkostoedter, 출처 Pixabay



    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차를 즐겨 마셔 보기로 다짐했지만 커피의 맛이 아직은 좀 더 익숙하다. 그래도 차를 덖고, 오랜 시간 더 원숙한 차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인다는 점에는 꽤 매력을 느끼고 있다.

    차를 만들다가도 좋아하는 향이 올라오면 바쁜 손을 잠시 멈추고 꼭 한번 향을 맡는다는 이야기에서 '과정에서 나를 홀대하지 않는 삶'을 떠올립니다.
    P.17


    과정에서 나를 홀대하지 않는 삶이라는 저자의 문구에 크게 공감했다. 사회 활동을 하는 누구에게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하여 항상심 유지하는 법은 누구에게나 숙제이기도 하다.

    치열한 삶 한복판에서 내가 나를 홀대하는 동안 마음이 무너졌던 적도 많았고, 처연했던 시간들을 뒤로하며 무던히도 버텼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마나 나의 마음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날씨를 알아차리는 마음도 차를 즐기는 마음입니다. 날씨를 관찰하는 조금 느긋한 마음만 갖춘다면 차의 맛과 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어요.
    P.36

    &copy; oriento, 출처 Unsplash

    어떤 경우에도 한결같은 마음을 '항상심'이라고 하죠. 차는 항상심을 유지하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그저 단순한 음료의 의미를 넘어설지도 모르겠어요.
    P.48


    그저 사소하고 반복적이더라도 나만의 루틴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커피나 차를 마시는 시간이 소소한 루틴일지라도 의미가 컸다. 은은한 향과 온기 그리고 입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맛으로 잠시나마 고민이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젖은 찻잎의 향을 맡아보겠습니다. 건엽과는 다른 향을 느껴볼까요. 젖은 찻잎의 묵직한 바디감, 더 진한 달큰함.
    P.85


    저자는 실제 신사동에서 티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상황에 따라 마시는 다양한 차 레시피를 담고 있어 무척 유용하다. 신사동 티룸은 아직 가 보지는 못했지만 꼭 한 번 들러볼 예정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청소를 처방하고, 청소가 안 된 방에는 어지러운 마음을 처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방과 마음이 어울리듯, 차는 감정과 닿아 있습니다.
    P.91

    &copy; cromagnon130, 출처 Pixabay



    차에 관한 책 리뷰이지만 커피와 차 모두 감정과 닮아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는 날, 안개가 자욱한 날, 햇살이 너무 좋아 얼굴이 익더라도 바깥에 종일 앉아 있고 싶은 날.. 계절과 날씨 그리고 내 마음에 따라 마시고 싶은 커피나 차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약간은 신경을 써서, 차를 우리는 과정에 집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준이 있어야 변주도 가능한 것처럼, 다원이나 브랜드에서 잡아놓은 기준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아요.
    P.103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것이 곧 차의 매력이건만 저자의 한 줄이 마음에 꽂혔다. 기준이 있어야 변주가 가능하다. 다양한 옵션과 현란한 변주에 환호하는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이 아닐까 싶다.

    급할 것 없는 날, 하루를 길게 가져가고 싶은 날, 고요한 지금의 상태가 좋은 날, 바삭하고 청량한 날에는 백차가 생각납니다.
    P.117

    이 세상에 백 가지 감정과 기분이 있다면, 홍차는 모든 걸 끌어 안아줄 것 같습니다.
    P.132

    &copy; dungthuyvunguyen, 출처 Pixabay



    사소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지루한 일상에 자그마한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이렇게 제안한다.

    늘 똑같은 출근길이라도 어제와는 다른 길로 가본다든지, 늘 가던 식당에서 새로운 메뉴를 주문해본다든지, 평소에는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거예요.
    P.141


    기준이 있어야 변주가 가능하듯, 일상이 있어야 곧 여행이 성립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차를 고르고, 내리고, 마시는 일로 일상에 사소한 설렘을 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고민해 온 항상심 유지하는 법 역시 차를 고르며 젠의 마음으로 일상을 여행하듯 살짝 변주를 준다면 효과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차 마시는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따뜻한 차를 한 잔 준비하고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방금 내린 홍차처럼 사진과 글들로 잠시 마음을 조용히 다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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